아마 누구나 송년회 시즌이 다가오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보실 겁니다. “올해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잘 부를 수 있을까?”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고, 또 가장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다고 느끼게 해준 노래가 바로 오라버니였습니다. 익숙한 멜로디와 따뜻한 가사,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친근함 덕분인지, 이 노래는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함께 웃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송년회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오라버니를 더 잘, 더 진심을 담아 부를 수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과 배운 것들을 한 편의 글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노래보다 먼저 마음을 준비하는 것
“오라버니~”라는 첫 소절만 들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어떤 따뜻함이 올라오는 것 같고, 노래 속 여주인공의 마음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저는 이 감정을 먼저 기억하려고 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의 결을 느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얼마 전 연습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명절마다 들리던 라디오, 엄마가 부엌에서 흥얼거리던 멜로디, 그 옆에서 놀던 저의 모습. 그 기억 속 따뜻함이 바로 오라버니에 담긴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감정을 떠올리며 노래를 연습하면, 음정보다 마음이 더 자연스럽게 흘러 나옵니다. 송년회에서 사람들이 감동받는 순간은 고음이 아니라, 이런 ‘진심의 흔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듯이 부르기
트로트의 매력은 사실 어렵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화려한 기교보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저는 가사를 눈으로 읽지 않고, 말하듯이 천천히 낭독해 보는 연습을 했어요. 마치 신문을 읽듯, 또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읽어주는 것처럼요.
그러다 보면 가사의 의미가 더 잘 느껴집니다.
“날 사랑 하신다 하니~ 정말 행복하여서 설레이다 떠는 가슴은 아픈줄도 모른답니다.”
이 짧은 한 줄에도 참 많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설렘, 애틋함, 그리고 살짝의 장난스러움까지. 이런 감정을 말하듯 표현하면, 자연스럽게 노래가 살아납니다.
박자보다 리듬을 타는 법
처음에는 박자를 맞추기 위해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연습하다 보니 오라버니는 박자를 머리로 맞추기보다 몸으로 타야 하는 노래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손을 살짝 흔들거나, 어깨를 조금 들썩이는 정도만으로도 리듬이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듭니다.
송년회 무대에서 너무 가만히 서 있으면 오히려 긴장한 티가 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몸을 조금 더 크게 움직이는 연습을 했습니다. 손을 반 원 모양으로 살짝 돌려 올리고, 후렴에서는 한 발 앞으로 나오며 웃어보기도 했죠. 그 작은 움직임들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관객에게는 ‘이 사람이 정말 즐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송년회에서는 실수해도 괜찮다
사실 아무리 연습을 잘해도 무대에서 긴장하면 한두 마디 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트로트는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작은 실수나 떨림이 더 인간적이고 더 따뜻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송년회 무대는 경쟁의 자리가 아니라 ‘함께 웃고 즐기는 자리’입니다. 노래를 못해도 모두 박수를 치고, 음이 흔들려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봐 줍니다. 그러니 마음을 너무 조이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오라버니를 연습하면서 스스로에게 해준 말이 있어요.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즐기자.”
이 마음가짐 하나로 노래는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표정도 편안해지고, 무엇보다 노래하는 시간이 즐거워졌습니다.
오라버니는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마음 한 켠의 따뜻함을 꺼내주는 노래이고, 잊고 지냈던 감정을 다시 깨워주는 노래입니다. 송년회는 그런 감정을 나누기에 딱 좋은 자리입니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첫 멜로디가 흐르고,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그 순간—
당신의 목소리로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한 미소가 피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노래를 마칠 때쯤, 당신도 느끼게 될 거예요.
“아, 이래서 노래를 부르는구나.”
올해 송년회에서 오라버니를 부르실 당신께 진심으로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부디 그 무대가, 당신의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by. 창밖문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