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깊이 흔들 수 있다는 걸, 송가인의 「엄마아리랑」을 들으며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그저 애잔한 멜로디와 구슬픈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 보니, 이 노래는 단순한 트로트가 아니라 한 세대를 살아낸 어머니들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이야기처럼 들려왔습니다.

노랫말 속 ‘엄마’는 늘 참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웃음으로 넘기며, 가족을 위해 자신을 뒤로 미뤄온 존재입니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 자연스럽게 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젊은 시절,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시던 모습, 새벽같이 일어나 집안을 돌보고, 늦은 밤까지 가족 걱정을 하시던 뒷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늘 “사는 게 다 그런 거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습니다. 그 말 속에는 체념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인내와 책임감이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송가인의 「엄마아리랑」 속 가사 역시 그러합니다. 원망이나 분노 대신, 담담한 슬픔과 묵묵한 견딤이 노래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울부짖지 않기에, 오히려 마음 깊숙이 파고듭니다.
특히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은, 어머니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이 가족의 인생을 먼저 살아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입니다. 젊은 시절의 꿈, 하고 싶었던 일, 마음껏 웃고 울 수 있었던 시간들은 늘 ‘나중에’로 미뤄졌습니다. 그 ‘나중에’가 결국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됩니다.
송가인의 목소리는 그런 어머니들의 세월을 대신 울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하지도, 꾸미지도 않은 소리로 한 음 한 음을 내뱉을 때마다, 그 안에는 참고 살아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이 노래가 특별한 이유는, 특정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부엌에서, 공장에서, 그리고 집 안에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던 수많은 여성들의 삶이 이 노래 속에 담겨 있습니다. 「엄마아리랑」은 그분들의 인생에 뒤늦게 건네는 작은 위로이자, 감사의 노래처럼 들립니다.
노래를 다 듣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너무 늦게 어머니의 노래를 듣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동안 어머니는 늘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셨지만, 정작 어머니 자신의 이야기는 묻지 않았던 건 아닐지 마음이 조심스레 아파옵니다.
이제라도 이 노래를 통해 어머니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싶습니다. 참고 살아온 시간들, 말없이 견뎌낸 날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가족을 향해 놓지 않았던 사랑을요. 송가인의 「엄마아리랑」은 그렇게 우리에게 묻는 노래 같습니다.
“당신은 어머니의 인생을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이 노래를 듣는 겨울 저녁, 어머니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저 “엄마,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 노래가 제게 가르쳐준 건,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하는 용기였습니다.
by. 창밖문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