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낍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외로움의 깊이가 더 짙어집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 곡의 음악이 그 외로움을 잠시나마 녹여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트로트는 단순한 흥겨운 음악이 아니라, 외로움을 과학적으로 완화시키는 소리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음악이 인간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공명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우리의 뇌와 몸은 외부의 소리 진동에 반응하며, 일정한 리듬에 동기화됩니다. 트로트의 박자는 사람의 심박수와 유사한 2박 또는 4박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일정한 리듬이 청자의 심박 리듬과 동조되면,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고 안정감이 생깁니다. 이를 리듬 공명 효과라고 부릅니다. 트로트를 들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생리적 동기화에 있습니다.
또한 트로트는 인간의 뇌에서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합니다.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는데, 인간 관계와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흥미롭게도, 음악을 들으며 감정적으로 몰입할 때에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트로트의 가사와 멜로디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과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외로움을 줄이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감정의 동일시입니다. 트로트의 가사는 주로 사랑, 이별, 인생의 고단함 같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노래합니다. 이를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노래 속 주인공을 동일시하며 정서적 연결감을 느낍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감은 외로움의 가장 큰 적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정서적 소속감이라 부릅니다. 트로트는 이 소속감을 음악이라는 감각적 언어로 만들어내는 사회적 매개체입니다.
더불어 트로트는 집단적 공명을 일으킵니다. 노래방에서, 행사장에서, 또는 TV 속 무대에서 함께 따라 부를 때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하나의 리듬을 공유합니다. 이 순간 사회적 거리감은 줄어들고, 공동체적 유대감이 강화됩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심리학적으로 집단 감정의 동조라고 합니다. 그래서 트로트는 단지 듣는 음악이 아니라, 함께 부르고 함께 느끼는 음악으로 외로움을 줄입니다.
신경음악학 연구에 따르면, 트로트를 들을 때 뇌의 편도체와 전두엽이 동시에 활성화됩니다. 편도체는 감정 반응을, 전두엽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데, 이 두 영역의 균형적 작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안정감을 높입니다. 즉, 트로트는 단순히 외로움을 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조절하고 다루는 능력을 길러주는 감정훈련의 역할을 합니다.
결국, 트로트의 소리는 단순한 음악적 자극이 아니라 심리적 위로의 진동입니다. 그 리듬은 인간의 심박과 맞물려 안정감을 주고, 그 멜로디는 뇌 속 호르몬을 자극해 유대감을 키우며, 그 가사는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일깨웁니다.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대에 트로트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혼자가 아니야, 너의 이야기를 나도 알고 있어." 그 한 줄의 멜로디가 외로운 마음에 닿는 순간, 음악은 과학을 넘어 진정한 치유의 언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