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를 듣다가 문득 눈시울이 붉어진 적 있으신가요? 특히 '어머니'를 주제로 한 노래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먹먹해지곤 합니다. 단순히 가족을 그리워하는 감정 때문일까요? 아마도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우리 삶의 가장 따뜻했던 순간들이 되살아나기 때문일 겁니다.

마음속 가장 안전한 곳
어머니는 우리가 처음으로 만난 사랑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애착 대상'이라고 부르는데요, 따뜻한 품과 다정한 목소리, 언제나 기다려주시던 그 존재는 우리 마음속 가장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노래하는 가락이 흘러나올 때, 우리는 단순히 한 사람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사랑받던 그 시절의 안정감을 다시 경험하게 됩니다.
트로트 속 어머니는 늘 헌신과 인내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낡은 치마자락에 묻은 세월의 눈물", "손마디 굳은 손길에 담긴 사랑" 같은 가사들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에요. 그것은 고된 삶을 묵묵히 견디며 자식을 키워낸 세월 자체를 담은 시적 언어입니다. 이런 가사를 듣는 순간, 우리는 각자의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며 잊고 지냈던 감사의 마음을 되찾게 됩니다.
나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흥미로운 건, 노래 속 어머니가 때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가난과 병, 외로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그 모습은 결국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초상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어머니 노래를 듣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 것과 같습니다. 그 속에는 사랑과 헌신, 용서와 그리움이라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음악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감정의 회상 효과'라고 부릅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어우러지면서 과거의 따뜻한 기억을 불러오고, 그것이 현재의 외로움이나 불안을 자연스럽게 어루만져주는 거예요. 어머니 노래를 들을 때 흐르는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과정이며, 마음의 치유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마음으로 듣는 음악
트로트만큼 이런 감정을 잘 담아내는 장르도 드뭅니다. 애잔하면서도 따뜻한 멜로디, 반복되는 후렴구는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긴 듯한 포근함을 선사합니다. 그 소리는 귀로만 듣는 음악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위로의 언어가 되어줍니다. 단순해 보이는 리듬 속에 담긴 안정감,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가락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그 감정 속으로 이끌어 들입니다.
결국 노래 속 '어머니'는 단순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근원적인 정서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그리움과 사랑, 감사와 회한이 교차하는 그 감정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렸던 시간의 조각들을 다시 맞춰갑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노래하는 트로트는 언제 들어도 낯설지 않고, 세대를 넘어 모든 이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멀리 있어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노래입니다."
오늘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머니 노래를 듣습니다. 그 따뜻한 울림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를 되새기며,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가 다시 누군가의 소중한 아이가 됩니다.
by.창밖프로듀서